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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PhD Life

결혼 준비(18년 12월) 이후의 근황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네요. 저희가 결혼 준비에 대해 글을 조금 올린 게 벌써 작년도 아니고 재작년이 되어버리다니.. 시간 정말 빠르군요.

 

저희는 18년 12월에 한국에 들어가서 결혼 준비를 웬만큼 마쳤습니다. 헤이스 스튜디오에서 스튜디오 사진을 찍고, 더화이트엘리자베스, 시작바이, 메종레브 등 드레스샵 투어도 미리 끝내버렸어요. 스튜디오 사진이 야외 촬영이라 앙상한 나뭇가지와 즐비한 낙엽들이 배경에 나온 것 빼고는, 사진 자체는 매우 마음에 들었답니다.

 

19년 1월에는 제 퀄 시험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Qualification exam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박사과정 이후 3학기~4학기 이내에 시험을 봅니다. 최소 세 분의 교수님을 각각 만나뵙고, 그 동안 수강한 수업을 중에서 몇 개를 선정하여 구두로 문제를 풀고, 그 동안 진행했던 연구에 대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이 시험은 학생이 박사과정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예전에는 굉장히 어려웠다고 하나.. 최근에는 정말정말 쉬워졌습니다. 저도 12월을 결혼 준비로 통으로 날렸(?)음에도 무난하게 통과했으니까요. 퀄 시험에 관련해서는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19년 6월, 다시 한국에 들어가서 드레스샵을 최종 선정하고 6월 15일, 드디어 라비두스에서 결혼식을 했어요! 정말 웃픈 일은.. 계~~속 비가 안오다가 하필이면 당일 저희 결혼식 5분 전부터 비가 쏟아지더라구요.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결혼식에 비가 오면 잘 산다고 위로해줘서 마음은 좀 괜찮았답니다. 결혼식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준비한 대로 잘 되어서 기뻤답니다. 1, 2부를 다 마치고, 밤 10시부터는 지하 바에서 에프터파티를 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20명 정도의 친구들만 남아서 소수정예로 뒷풀이를 했답니다. 결혼식 이후 이틀은 호텔에서 묵고, 17일 아침에 LA로 떠났습니다! LA에서 좀 놀다가 다시 저희가 있는 앤아버로 돌아왔구요.

 

그 이후에는 뭐, 일상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그 중에 기억할 만한 일은, 제 전공 (Computer Vision)에서 가장 유명한 학회 중 하나인 ICCV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게 우연히도 서울 코엑스에서 열려서 10월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보통 Top conference라고 부르는 학회들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거라 위원회에서 정말 많은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위원장님께서 서울대 재학 당시 제 지도교수님이셨는데, 준비를 정말 잘해주셔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뿜뿜 오더라고요! 국제학회여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다른 학회들보다 진행이 부드럽고 학회자들을 배려해주는 세세한 부분들이 많아서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에 K-를 붙이면 다 한류가 되던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K-달고나커피까지 유명세더라고요? 킹덤 2로 인한 K-좀비까지.. K-학회(?)도 문화가 되면 좋겠습니다..ㅋㅋㅋ

 

19년 12월에는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신혼여행을 갔습니다!! 벨리즈라는 나라에 있는, coco plum island라는 섬에 다녀왔어요. 저는 벨리즈라는 나라를 처음 들어봤는데, 정의 말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이 신혼여행지로 선택하는 나라라고 하더군요. 위치는 멕시코-과테말라 주변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신혼여행지인 칸쿤 밑에 있구요. 저는 칸쿤이 조금 더 저렴하기도 하고 선택지도 많아서 칸쿤을 가고 싶었으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고등학교 때 흔히 가는 수학여행지 느낌이라고 정이 싫어해서.. 벨리즈로 가게 되었습니다. 칸쿤이 경주 느낌인 것인가...?! 벨리즈는 너무너무 좋았어요. 따뜻한 곳에서 먹고 놀기만 하고 왔답니다!! 마야 유적지도 보고 케이브 튜빙(cave tubing)이라는 것도 하고.. 신혼여행에 대해서도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3월 초까지는 열심히 논문을 준비해서 ECCV라는 학회에 투고했습니다. 그 직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온 미국이 난리여서.. 저는 이 참에 영주권 준비나 해보자! 하고서는 오늘 포함 정확히 25일동안 오로지 영주권 준비만 했답니다ㅋㅋㅋㅋㅋ 하.. 진짜 영주권.. 힘드네요.. 원래 준비할 게 많았던 데다 이번 대통령 이후에 더 어려워지기도 했구요.. 이제는 제 신용등급은 물론, 제가 미국 도착 이후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까지 상세하게 보고해야만 합니다. 나 참 더러워서... 영주권을 준비한 이유는, 제 졸업일이 점점 가까워져서입니다. 올해로 벌써 4년째 박사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1~2년 내에 학생 신분을 벗어나게 되면, 영주권이나 시민권 없이는 점점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제약이 크게 오게되거든요. 뼛속까지,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한국인인 제가 미국 시민권까지 딸 일은 죽어도 없으므로ㅋㅋㅋㅋ 지금 타이밍에 영주권이라도 획득하는 것이 미래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것이 뭐냐면.. 2020년 2월부로 영주권 심사가 더 강화되어 몇 가지 부분이 달라졌는데,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도 작년 예시만 나와있다는 거였습니다!!! 으악.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해도 9가지 (각각 대충 15페이지 분량)이고.. 이 서류들이 설명서는 대충 봐도 총 150페이지는 넘습니다. 하하.. 하하하.. 영혼이 다 탈곡되어버렸어요. 영주권 관련해서도 다음에 포스팅 할게요!

 

코로나 사태 관련 포스팅에도 언급드린대로, 미국은 지금 정말 난리에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습니다. 강대국이면 뭐하나요 선진국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데..... 지금 뉴욕이 아닌 앤아버에 있다는 것으로 감사해야 할 지경입니다. 한국을 정말정말 가고 싶은데.. 미국 유학생에 대한 인식이 최근 급속도로 안좋아져서ㅠㅠ 괜히 민폐인 것 같아 선뜻 못가겠더라고요. 저는 부유층도 아니고 그냥 열심히 공부해온 학생일 뿐인데ㅠㅠ 박쥐처럼 여기붙었다 저기붙었다 하는 사람도 아니고.. 검머외는 더더욱 아니고요... 저는 평생 한국인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어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한국 가서 부모님을 뵙고싶습니다. 60대 중반이 넘으셨는데, 저한테는 항상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습니다. 에휴. 근래에는 제가 굳이 왜 공학을 선택했는지 슬픈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부모님 뜻에 따라 의학, 법학보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실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학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분야를 미국이 주도해버리니..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미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제 운명(?)이 참 슬픈 요즘입니다. 한국에서도 제가 제 실력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어찌됐든, 여러분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코로나든 뭐든 힘내서 이겨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