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너무도 다른 우리 부모님, 심지어 채널 취향도 정 반대이셔서 결국 그냥 TV를 없애기로 하셨다. 사실 그 때만 해도 TV는 그냥 온게임넷 채널을 틀어만 놓고 스타크래프트만 하던 시절이어서, 별로 아쉽지도 않았다. 본 드라마라고는 태조왕건 정도?.. 하하.. 도대체 그럴거면 왜 TV를 틀어놓냐고 혼도 많이 났었는데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방송에는 관심도 없고,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명했던 드라마들도 하나도 보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게임도 안 하게 되고, 고등학교 때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공부만 했으니 그렇게 쭉 TV를 안 보다가,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본방 사수를 할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보곤 했는데, 보다 보니 애정이 생기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세바퀴, 런닝맨은 정주행도 하고 항상 챙겨봤고, 아이리스로 드라마도 맛을 들이면서 그대 웃어요, 개늑시, 커피프린스 등등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대학생 시절에는 거의 보는 예능만 챙겨보는 스타일이었는데, 대학원생이 되니 왠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드라마가 좋아진다. 하지나, 연애의 발견, 또 오해영, 도깨비, W, 식샤, 지금은 보이스랑 미스터 선샤인. 와... 리스트업 해보니까 진짜 많이도 봤네. 미국에서, 그 중에서도 대체로 조용한 학교도시에서 지내다 보니 연구실-운동-집 루틴에서 별로 벗어날 일도 없고, 집에서 대부분 TV를 보다 보니 점점 더 TV를 많이 보게 된달까.
어쨌든, 서론이 길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유느님의 새로운 예능이 나와서 찾아보게 되었다. 인터넷 반응을 보니 뭐.. 홍보가 부족하다, 어쩌다 하지만 찾아보는 사람은 나처럼 미국에서도 잘만 찾아본다. 무한도전에서 한 번 유느님이 들고 나왔던 컨셉인데,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즉석에서 상을 펴서 퀴즈쇼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달라진 건 5문제를 연달아 성공하면 100만원을 준다는 것인데, 첫 회에 방글라데시 커플이 첫 100만원의 주인공이 되었다.요즘엔 우리나라도 인종이 많이 다양화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아직은 좀 어색한 느낌도 있다. 최근 난민 문제도 있었고, 일부 안 좋은 시선들도 많고.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종종 겪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분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는 Diversity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이 것은 인종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general한 의미의 다양성이다. 사실 나는 항상 든 생각이, 인종의 다양성은 무슨... 다 같은 인간인데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Diversity라느니 그런 말을 쓰는지 참 웃겼다. 아니 미국 학교에 한국인 인도인 독일인 영국인이 다니는 게 뭐가 그렇게 신기해? 다람쥐나 코끼리 정도는 되어야 아, 학생이 참 다양하구나 해야하는 거 아닌가.
첫회에 이어 두 번째 회에서도 의자로 웃기는 부분이 나왔다ㅋㅋㅋ 이런 거 너무 좋아.. 이번에는 부동산에서 일하는 형제아닌 형제같은 두 분과 조세호 삼형제도 좋았고, 큰 수술을 받고 아팠는데도 전혀 티나지 않고 잘 생활하는, 오빠와도 사이가 너무 좋았던 귀여운 친구도 있었고, MC 꿈나무도 있었고... 너무 좋은 포맷, 편집 등을 갖춘 예능은 아니지만, 적당히 웃기고 정말 날 것 그대로의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좋다. 무엇보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무한도전에서의 유재석과 조세호 콤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달까. 12부작으로 꽤나 짧아서 아쉽지만, 지금처럼 구석구석 여기 저기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